[지금&여기] ‘공익 수호자’님들, 여기 좀 보소/최지숙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공익 수호자’님들, 여기 좀 보소/최지숙 사회부 기자

입력 2013-07-06 00:00
수정 2013-07-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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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숙 사회부 기자
최지숙 사회부 기자
북방한계선(NLL) 발언 관련 고소·고발전, 재벌 총수의 구속, 전직 국정원장의 검찰 소환.

법조계 안팎이 연일 시끄럽다. 변호사들도 들썩인다. 굵직한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이때가 변호사 업계엔 호황기다. 거액의 수임료나 몸값 상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너도나도 수임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일까. 그들은 사건을 좇는 ‘시력’은 발달했지만, 약자들의 소리를 듣는 ‘청력’은 잃어 가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포화 상태다.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는 한 해 평균 2000명을 웃돌고 있지만 법률 수요는 공급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취업이 안 된다’, ‘사건이 없다’고 저마다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서울에 있는 대형 로펌과 한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사건에만 몰리고 있다. 정작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농어촌 지역이나 법률상담 센터는 지원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지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으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시골 주민들을 위해 ‘마을 변호사’ 제도가 시행됐지만, 전국의 희망 읍·면·동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변호사를 배정받지 못했다.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 변호사가 배정된 곳에서도 상담을 받아 본 사람은 손에 꼽힌다.

물론 그들을 무턱대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생계를 제쳐놓고 봉사활동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마을 변호사를 신청한 변호사들은 ‘공익 수호자’로서 본연의 책무에 사명감을 가진 이들이다. 문제는 공익활동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 ‘선배’ 법조인들이다.마을 변호사를 지원한 이들 상당수는 로스쿨 1기 출신이다. ‘법조계의 대선배’라고 자칭하는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에서 고문 역할이나 하고 있을 뿐 공익활동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누가 더 연봉이 높은지, 누가 수임이 많은지를 놓고 우열을 나누고 있지만,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변호사의 사회적 책무인 공익활동을 누가 더 많이 하는지 자랑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위가 아닌 아래를, 앞이 아닌 뒤를 돌아볼 줄 아는 변호사들이 필요하다.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마을 변호사 취재 중 통화한 경남 지역 한 어르신의 말씀을 전한다. “나는 촌부요. 하지만 우리도 좀 돌아봐 주소.”

truth173@seoul.co.kr

2013-07-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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