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민경 산업부 차장
가뜩이나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이 뜨거운 상황에서 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국과는 너무나 다른 관대한 처분에, 자식이 죽은 상황에도 계모를 감싸던 친부의 행태에, 구치소에서 편히 자고 잘 먹는 계모의 모습에…. 외국은 어떨까. 영국은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이제 감정적 학대까지 처벌하려고 추진 중이다. 계모의 미움을 받는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에서 이름을 딴 이른바 ‘신데렐라법’을 도입해서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아이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을 주지 않아 그들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여겨지는 행위 등을 처벌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정마다 폐쇄회로(CC)TV를 달 것인지, 집마다 다른 양육스타일을 학대와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물증 없이 단지 아이들이 유일한 증인인 상황에서 그 말을 100%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피곤한 아버지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우리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 그 복합적인 감정을 잘 구별해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일부 외신들은 보도했다. 또 어떤 부모들은 단지 감정표현에 서투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비극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항적인 아이의 거짓말이나 어린 나이라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주장을 어떻게 골라낼 수 있겠냐는 뜻이다.
그러나 과도한 인권 침해이자 사생활 침해라고 하기엔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 어른의 보호가 절실한 아동에게 있어 지나친 무관심은 학대가 맞다. 때문에 불의에 대항할 수 없는 약하디약한 아동에 대한 범죄는 다소 지나치리만큼 엄히 판단 기준을 정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총 97명의 아동이 맞고 방구석에 버려진 채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데렐라법을 향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면서 “법 제정 후 주관적인 판단 부분은 차차 기준을 정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의 구박에도 결국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신데렐라를 보고 싶지 않다. 그저 새엄마의 학대를 받는 신데렐라들을 현실에서 보지 않기를 바란다. 영국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한 엄격하고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처벌과 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사악한’ 계모와 ‘나쁜’ 아버지가 어떻게 처벌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white@seoul.co.kr
2014-04-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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