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숲 13/허수영 · 진주/한용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숲 13/허수영 · 진주/한용운

입력 2020-03-05 17:30
수정 2020-03-0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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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13/허수영
숲 13/허수영 45.5×53cm, 캔버스에 유채, 2018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숲 13/허수영

45.5×53cm, 캔버스에 유채, 2018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진주/한용운

언제인지 내가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주웠지요

당신은 나의 치마를 걷어 주셨어요 진흙 묻는다고

집에 와서는 나를 어린아이 같다고 하셨지요

조개를 주워다가 장난한다고 그리고 나가시더니

금강석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신이

나는 그때에 조개 속에서 진주를 얻어서

당신의 적은 주머니에 넣어드렸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그 진주를 가지고 계셔요, 잠시라도

왜 남을 빌려 주셔요

조개 줍는 이의 치마를 걷어 주는 일, 아름다운 비유입니다. 살아가는 일, 꿈의 역사이지요. 오늘은 꿈을 먹고 내일은 꿈을 찾습니다. 찾다가 필경 좌절을 만나지요. 광활한 생의 바다에서 우리는 매 순간 진주조개를 찾습니다. 살 속에 아픈 진주를 기르고 있는 조개를 찾아서는 당신의 주머니에 은빛 진주를 넣어드리지요.

우리 생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때. 진주를 찾는 당신 곁에 머물며 남빛 치마 걷어 주는 때. 인간이, 시가 꿈꾸는 시간 아니겠는지요? 그런데 만해 선사는 어쩌자고 당신이 진주를 누군가에게 빌려준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인간 냄새가 납니다.

곽재구 시인
2020-03-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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