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수 미터’와 ‘수백만’/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수 미터’와 ‘수백만’/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3-18 20:56
수정 2020-03-19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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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에서 띄어쓰기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같은 형태의 단어는 무조건 붙이거나 띄어 쓰면 편할 텐데 품사에 따라 띄어쓰기 규정이 달라지니 말이다.

먼저 ‘몇’, ‘여러’, ‘약간’의 뜻을 나타내는 ‘수’의 경우를 보자. ‘수’가 관형사일 땐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쓰지만 접두사일 땐 붙여 쓴다. ‘수 미터’에서 ‘수’는 관형사이고 ‘수백만’의 ‘수’는 접두사이다. 관형사는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는 품사로서 하나의 단어이기 때문에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써야 한다. 접두사는 어근이나 단어의 앞에 붙어 새로운 단어가 되게 하는 말이다. ‘수’의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수 킬로미터’처럼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서는 띄어 쓰고 ‘수천’처럼 수를 나타내는 말 앞에서는 붙여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맨 먼저’와 ‘맨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맨 먼저’의 ‘맨’은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을 뜻하는 관형사, ‘맨손’의 ‘맨’은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같은 이유로 ‘맨 꼭대기’, ‘맨 처음’은 띄어 쓰지만 ‘맨입’, ‘맨땅’, ‘맨다리’는 붙여 쓴다.

‘구’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다. ‘구 시민회관’, ‘구 대한청년단’에서의 ‘구’는 ‘지난날의’, ‘지금은 없는’을 뜻하는 관형사이고 ‘구시가’, ‘구세대’, ‘구제도’에서의 ‘구’는 ‘묵은’ 또는 ‘낡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각각의 경우를 전부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볼밖에.

2020-03-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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