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 불이익 받는데 누가 장기 기증하겠나

[사설] 취업 불이익 받는데 누가 장기 기증하겠나

입력 2011-09-17 00:00
수정 2011-09-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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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장기 기증자 차별 신고센터’를 열었다. 장기 기증자들이 취업·보험 등에 있어서 차별 등을 받는다는 서울신문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수많은 장기 기증자들이 남의 생명을 위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놓고도 말도 안 되는 차별을 받아왔음을 생각한다면, 뒷북 조치이긴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장기 기증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한 기업과 단체는 5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될 뿐이어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 기증자의 취업에 대한 차별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장기 기증 사실을 알면 “그런 몸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겠느냐.”며 그들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심지어 잘 다니던 회사에서도 장기 기증 후 권고사직당한 일도 있다고 하니 과연 누가 장기 기증이라는 ‘고난의 길’을 택할지 의문이다. 우리의 경우 장기 기증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 그나마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시 각막 기증을 하면서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어렵사리 조성된 장기 기증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이런 차별들이 곳곳에서 벌어져 기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가로막는 것이다.

장기 기증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나누어 주는, 진정 고귀하고 존엄한 행위다. 그러기에 기증자들을 존중하고 나아가 우대해 주어야 한다. 일선 기업에서 못한다면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이들의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등의 특혜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려면 단순히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생명나눔에 대한 보다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011-09-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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