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도심 김정일 분향소 동의하겠나

[사설] 서울도심 김정일 분향소 동의하겠나

입력 2011-12-27 00:00
수정 2011-12-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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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피해자모임이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정부가 조문 방북을 허용하지 않으니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하겠다는 것이다. “남녘 동포들도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함이 마땅하다.”는 주장은 한참 잘못됐다. 김 위원장이 누구인가. 이런저런 과오는 차치하더라도, 동족인 연평도 주민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끝내 사과도 하지 않은 인물이 아닌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넋을 위로하겠다는 것에 과연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에 맞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전기를 맞은 남북관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 한복판에 분향소 설치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우리 국민 상당수가 김 위원장의 사망을 슬퍼하고 있는 것처럼 북측에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성이 있다. 3대 세습의 정당성과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분향소 설치를 단지 상례(喪禮)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단순 조의 표명과 달리 분향소 설치나 당국의 허락 없는 조문 방북 등은 국가 정체성과 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다.

서울대에서도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대자보가 나붙은 뒤 교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분노와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과 ‘친북’(親北) 내지는 ‘종북’(從北)적인 행태를 용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임을 말해주는 사례라고 본다. 17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김정일 분향소를 추진한 측에서는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지금은 모두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시기다. 김정일 사망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는커녕 국론을 분열시키고 남남갈등만 유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2011-1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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