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잡초/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잡초/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기자
입력 2015-07-02 00:10
수정 2015-07-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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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전쟁을 벌여야겠어요.” 텃밭을 매일 기름칠하는 가마솥처럼 반질반질하게 관리한다고 정평이 난 이웃이 염려하며 지나갔다. 그 이웃의 텃밭은 잡초 제거가 끝나 푸른 것은 채소요, 붉은 것은 흙이라는 식의 조화가 있다.

그렇잖아도 맨손으로 잡초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고개 숙인 얼굴이 화끈거린다. 20평이나 관리하는 내 텃밭은 온통 푸르다. 40년 만의 가뭄이 지속하다가 지난주 장대비가 한두 번 쏟아진 뒤로 그리됐다. 모진 가뭄에 채소와 잡초가 모두 생장이 억제됐는데, 잠깐의 비로 잡초가 물 만난 고기처럼 퍼덕댄다. 낫으로 잡초의 뿌리 밑동까지 바싹 잘랐는데 언제 잘랐느냐는 식으로 자랐다. 제때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잡초가 알곡보다 성장이 빨라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진리를 실감한다.

지난밤에도 장맛비가 찔끔 내렸다. 일기예보에 중북부에는 ‘마른장마’가 지속한단다. 한 친구는 ‘마른장마라니, 뚱뚱한 장마가 더 좋아요’라며 말장난을 건넨다. 찔끔 비에도 힘껏 자란 잡초의 뿌리는 한 톨의 흙먼지도 묻히지 않은 채 새하얗게 빛난다. 애벌레 같다. 잡초도 기회가 생기면 저리 힘껏 자라는데, 발전 없이 사는 국회의원이 태반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7-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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