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전문가들은 스포츠의 기본인 공정과 윤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갈래로 나뉜 체육 행정을 통합해 체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의 학교체육은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잠재력을 끌어올려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것을 운동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체육의 경우 교사가 아닌 감독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들은 학생을 ‘메달 따는 전사’로 만들고 적자생존과 승자 독식 원칙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청소년 시절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점차 기량이 감퇴하는 현상도 학교체육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 이상 운동하는데 몸이 견뎌내지 못한다. 인생을 에너지 총량제 개념으로 본다면 우리 학생들은 어릴 때 에너지를 다 소모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류 교수는 이어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은 다른 범주가 아니다”라며 “학창 시절 운동을 한 학생들이 이후 자연스레 생활체육으로 흡수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영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체육 행정의 이원화가 각종 폐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체육 행정이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의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다 보니 엘리트체육이나 학교체육 종사자가 생활체육으로 넘어오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나 교수는 대전시장이 체육회장과 생활체육회장을 함께 맡고 있는 것과 같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들며 체육 행정의 통합을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대한체육회는 올림픽과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학교체육 역시 교육을 우선으로 하고 학생들이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체육단체들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체육단체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권력자와 재력가에게 매달린다”면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체육단체가 스스로 살아갈 힘을 마련해 줘야 진정한 체육계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소수를 뽑아 운동 기계가 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체육 인재를 양적으로 늘리고, 이들에게도 학습권과 진로를 보장해야 한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6-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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