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소아(bonsoir) 마담(3)=「스마일」의 박수연 마담

봉소아(bonsoir) 마담(3)=「스마일」의 박수연 마담

입력 2011-09-21 00:00
수정 201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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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롱이란 일반적인 객실 또는 응접실을 뜻한다. 프랑스에서는 사교적인 집이나 미술전람회 같은 것을 여는 장소를 살롱이라고도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뜻없이 그저 술집으로 통한다. 칵테일 하우스나 스카치 코너 등과 함께 마담의 얼굴이 그대로 간판이 되는 살롱가 마담을 찾아 『봉소아(bons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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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中)구 북창(北倉)동 11의 2. 조선호텔에서 덕수궁(德壽宮)쪽으로 가다가 왼편으로 두번째 골목.

 살롱「스마일」의 마담은 박수연(朴洙蓮·30)씨.『위치는 괜찮은데 주변이 좀 지저분하지요? 일부러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정말 미안해요』

 몸에 밀착된 까만 롱 드레스가 무척 어울린다.

 갸름한 얼굴에 시원한 눈매, 퍽 상냥스럽고 맑은 인상이다.

 그렇게 뛰어난 미인이랄 것까진 없지만 누구에게나 포근한 친근감을 느끼게 해 줄 그런 얼굴이다.『「스마일」이 문을 연 것은 작년 5월이지만, 제가 맡은 것은 금년 2월부터예요』

 원 주인 최우택(崔禹澤·52·대한요식협회 살롱분과위원장)씨가 경영하던 것을 동업 형식으로 맡았다고 한다.

 『자본이 모자라서 실내장치도 남들처럼 화려하게 꾸미지를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박(朴)마담의 얼굴에 장식되는 웃음처럼「스마일」의 내부는 사실 소박할이(하리)만큼 꾸밈이 없다.

 야트막한 칸막이로 가려진 8개의 독실, 카운터에 마련된 4개의 의자, 4인용 테이블 한 세트, 카운터에는 양주병과 양주잔이 진열돼 있고 꽃무늬 커튼이 벽을 가렸을 뿐, 그 흔한 외국영화배우의 사진 한장도 걸려 있지 않다.

 꾸밈없는 살롱「스마일」의 실내, 그 속에서 오히려 주인 마담의 소박한 취미와 인간성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그 흔한 속눈썹도, 아이섀도라든가 하는 시퍼런 눈 화장도 박(朴)마담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 초라하지요?』

 하기야「스마일」을 찾는 손님이 모두 소박한 것을 좋아하지만은 않을 테니까, 때로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손님이『살롱이란 게 뭐 이래, 시시하게-』한마디쯤 불평을 늘어 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朴) 마담이「스마일」을 맡은 지 5개월 동안 아직은 한번도 그런 손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술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고 남자를 대하는 솜씨도 없어요. 아마 마담 치고는 3등 마담일 거예요』

 하루 매상고의 7할이 외상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니, 3등 마담이라는 자평(自評)도 어느 면에서는 옳을 지 모르겠다.

 『다른 가게에서는 기껏해야 3,4할이 외상이라는데 저는 그렇게 안돼요』

 외상이 많다 보니 자연히 손님은 단골이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술 마시러 오기보다 박(朴)마담과 잡담하러 온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도 다 점잖으셔서 지난친 농담도 별로 없어요. 게다가 친한 손님은 제가 아기 엄마라는 걸 아시거든요』

 전북 고창(高敞)이 고향인 박(朴)마담은 그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20살때 서울로 왔다.

 어느 개인회사에 경리직원으로 3년 가량 근무하다가 부모의 권유로 결혼, 지금은 아기 엄마지만 남편과는 별거 중.

 『그 이상은 묻지 마세요』꾸밈없는 웃음이 또한번 스쳐간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그 웃음은 한결같은 것인지, 결코 명랑하지 못한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도 처음과 다름없는 밝은 웃음이 가볍게 스치곤 한다.

 12명의 호스테스를 거느리고 있는 박(朴)마담은 그들의 몸가짐에 대해서도 자신의 그것 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있단다.

 『사실은 무리한 일인 줄 알아요. 젊은 여자들이 어디 그렇게 남자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쉬운가요』

 그래도 젊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수긍할만한 논리다.

 박(朴) 마담은 그러한 자기의 신조를 종업원 아가씨들이 가끔 못 알아줄 때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그 아가씨와의 인연을 끊습니다. 그리고 지나친 요구를 하는 손님에게는「나는 뚜장이가 아닙니다」라고 분명히 말해주지요』

 상당히 매서운 얘기를 하면서도 얼굴에는 예의 그 소박한 웃음이 또 살짝 스친다.

 박(朴) 마담은 살롱「스마일」의 특징을 이렇게 소개했다.

 『호스테스 차지를 절대로 따로 받지 않습니다. 다만 손님이 개인적으로 주시는 팁은 인정하지만 1천5백원에서 2천원을 넘지 못하게 합니다』

 부당하게 주고 받는 팁이라는 것 때문에 술집 간판이 떨어지고 올라가고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믿어주셔도 좋고 안 믿어주셔도 좋습니다만 술값 바가지는 절대로 없읍(습)니다. 술집에서 마시는 술값이라는 게 처음부터 쌀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우리 집을 찾는 손님에게 터무니 없는 바가지를 씌워서 골탕먹일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말을 마치고 맥주 한 모금을 마신 박(朴) 마담은 뒤늦게 생각이 나선지『그렇다고 다른 집에서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빈 틈이 없다. 1시간 가깝게 얘기하는 동안 다른 방에서 마담을 찾는다는 전갈이 수없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일어서 봐야겠어요. 자주 좀 들러주세요』

 또한번 꾸밈없는 웃음을 보여 주며 박(朴)마담은 롱 드레스의 앞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일어섰다.<재(宰)>

[선데이서울 73년 8월5일 제6권 31호 통권 제251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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